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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수필

(1257)
봄비에게/이해인 봄비, 꽃비, 초록비 노래로 내리는 비 우산도 쓰지 않고 너를 보러 나왔는데 그렇게 살짝 나를 비켜가면 어떻게 하니? 그렇게 가만 가만 속삭이면 어떻게 알아듣니? 늘 그리운 어릴적 친구처럼 얘, 나는 너를 좋아한단다 조금씩 욕심이 쌓여 딱딱하고 삐딱해진 내 마음을 오늘은 더욱 보드랍게 적셔주렴 마음 설레며 감동할 줄 모르고 화난 듯 웃지 않는 심각한 사람들도 살짝 간질여 웃겨주렴 조금씩 내리지만 깊은말 하는 너를 나는 조금씩 달래고 싶단다 얘, 나도 너처럼 많은 이를 적시는 고요한 노래가 되고 싶단다
통도사에 홍매화가 피거든 / 주응규 통도사에 홍매화가 피거든 소식을 주오 오래전에 세상과 등져버린 그 님을 꽃 마중하리다 통도사에 봄소식 있거든 불러주오 인연의 끈을 놓지 못해 오래오래 담은 그리움이 홍매화로 찬연히 핀다 하오 통도사에 홍매화가 필 적에 연락하오 몇 해를 벼르고 벼르다 올해는 아픈 마음 달래주고픈 사람이 있다오 통도사에 홍매화가 피거든 불러주오 서서히 사위어가는 가슴에 고결한 숨결을 깃들어 발갛게 꽃불 놓으리다.
한겨울 강추위/우종국 한겨울 강추위에 전국이 꽁꽁 얼어붙었다 칼바람 눈보라 거느린 동장군의 위풍당당한 기세에 산과 들은 벌벌 떨며 숨을 죽이고 흐르던 강물도 추위를 못 이겨 얼음 이불 덮었다 그러나 이 강추위도 산다는 것의 한 부분 추위야 오너라 눈보라야 몰아쳐라 그대들 기세등등할수록 오는 봄 더욱 따뜻하고 더욱 찬란할지니 꽃향기에 취해 꽃길 노니는 그날 올 때까지 내 마음의 군불 활활 지피며 한겨울 기꺼이 보내리라
사랑 하나/손숙자 아무도 모르게 그리움으로 묻어둔 사랑 하나 살며시 꺼내어 미련 속에 묻어본 사랑 하나 헛된 꿈 같아 마음에서 지우고픈 사랑 하나 이 만큼만 욕심내고 싶었던 사랑 하나
꽃무릇 사랑/박종흔 잠시 머물다 흩어지는 안개처럼 멀게만 느껴지는 그대여 깊어가는 밤 무뎌진 촉수 치켜세우고 어둠 속 홀로 배회하네 언어로 표현 못하는 이성으로 설명할 수 없는 낯선 향기에 마비된 그리움 영원히 만날 수 없어 핏빛으로 물든 꽃무릇 사랑 행여, 내가 보고 싶거든 언제든 달려 오시오 그대와 거닐던 강변 다시 걷고 싶으니
흔들리며 피는 꽃/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흔들리며 피는 꽃/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삶이란 마음 먹기에 달렸습니다/이채 삶이란 마음 먹기에 달렸습니다 오늘 우리가 살아 있는 것은 신의 뜻인지 몰라도 오늘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는 우리 자신의 뜻입니다 오늘 우리 앞에 놓여진 이 길은 어쩔 수 없는 운명이라 할지라도 그 운명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하는 것은 우리 의지에 달렸습니다 도전하는 용기보다 더 큰 희망은 없으며 한ㅅ 수 있다늣 신념은 모든 길을 걷게 합니다 오늘, 또 다른 오늘 우리가 어디에 살든 얼마를 살든 그것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사느냐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