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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수필

(1257)
하피첩 서시 /정약용 “병든 아내가 치마를 보내/ 천리 밖에 그리워하는 마음을 부쳤는데/ 오랜 세월에 홍색이 이미 바랜 것을 보니/ 서글피 노쇠했다는 생각이 드네./ 잘라서 작은 서첩을 만들어/ 그나마 아들들을 타이르는 글귀를 쓰니/ 어머니 아버지를 생각하며/ 평생 가슴속에 새기기를 기대하노라”
갈림길 /정일근 ♣ 갈림길 ♣ - 글 정일근 길은 처음부터 그 곳에 있었다 너에게로 가는 길이 나에게 있었고 나에게로 가는 길이 너에게 있었다 지금 가장 멀고 험한 길을 걸어 너는 너에게로 돌아가고 있다 나는 나에게로 돌아가고 있다 이제 작별하자 이승에서의 길은 여기까지다 길은 가까워질수록 멀어지는 것이니 멀어질수록 가까워지는 것이니
회고/박인걸 - 글 박인걸 고갯길을 넘을 때면 지절거리는 산새들소리가 궁벽(窮僻)한 초망(草莽)에서 청아하게 귓전을 울렸네라. 숲 사이로 하늘은 맑고 휘젓는 바람은 반가운데 인적 드문 산길에는 외로움이 그림자처럼 붙었네라. 부여된 운명일지라도 사절하지 않고 받아드리면 불에 달군 쇠붙이처럼 몸과 마음이 굳세어 지더라. 적막한 그 고갯길을 목적도 지향도 없이 걸었어도 지금 와서 돌이켜 생각하니 내가 나 되는 경로(徑路)였네라. 여물지 않은 정강이뼈로 힘겹게 넘어야 했던 영로(嶺路)는 꿈속에서 간혹 넘을 때면 아직도 양손에 땀이 맺힌다.
벚꽃 활짝 피던 날/용혜원 꽃봉오리가 봄 문을 살짝 열고 수줍은 모습을 보이더니 봄비에 젖고 따사로운 햇살을 견디다 못해 춤사위를 추기 시작했다. 온몸으로 봄소식을 전하고자 향기를 내뿜더니 깔깔깔 웃어 제치는 소리가 온 하늘에 가득하다 나는 봄마다 사랑을 표현할 수 없거늘 너는 어찌 봄마다 더욱더 화려하게 사랑에 몸을 던져 빠져버릴 수가 있는가 신바람 나게 피어나는 벚꽃들 속에 스며 나오는 사랑의 고백 나도 사랑하면 안 될까 - 용혜원, '벚꽃이 필 때' 중에서 -
내 무덤 앞에서 울지 말아요/ 메리 엘리자베스 프라이 내무덤 앞에서 울지말아요 나는이곳에 있지않아요 나는천개의 바람되어 흘러다니고 하얀 눈송이되어 다이아처럼 빛나며 햇빛되어 익어가는 곡식을 비추고있어요 당신이아침의 고요속에서 깨어날때 난가을비되어 내리고있어요 아름답게 창공을나는 새들의 날개짓속에 있으며 밤하늘의 별빛되어 빛나고있어요 그러니 내무덤앞에서 울지말아요 나는그곳에없답니다 나는잠들지 않았어요
오월의 그리움 오월의 그리움 초록 물결 위에 쪽배를 띄워 님 오실 것 같아 막연히 기다려지는 날 햇살이 건네는 샛말간 사랑이야기가 꽃보라로 가슴에 떨어지누나 다홍색 꽃물 져 곱다시 흐르는 마음의 창가에 초록빛 그리움 출렁이는 오월.
역광/정복순 정 복 선 역광 속에 그가 앉아 있다 등 너머로 떨어지는 햇살 세상은 언제나 대숲에 던진 칼바람 소리 몇 천 밤을 걷고 걸었던가 다산茶山 기슭엔 정석丁石 자만 차갑게 얼어붙어 있다 영하 밖에서 안쪽으로 퍼져오는 살얼음 안은 밖보다 어둡고 밖 또한 안보다 어둡다 어둠을 씻는 그는 책 한 수레 싣고 어디로 그 긴 유배의 죽음보다 더한 시퍼런 강줄기 어둠 속에 있었으나 못다 편 사랑 들끓으며 마음 속마저 어두웠겠는가 여유당 뜨락은 텅 비어 저물녘 쪽배를 저어간다 강화도에서 석모도쪽 겨울바다는 노을을 받아 찬란한 만큼 깊은 속 더욱 쓰라리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 스스로 열지 않고서는 그 밤 안으로 죽을 것만 같은 고독 그곳엔 하루 종일 낙엽이 졌다 어제도 지고 오늘도 내일도 졌다 부끄럽고 부끄럽게 물든 속살 시..
유언/타라스 셰프첸코 나의 시 '유언' 나 죽거든 부디 그리운 중앙아시아 초원 대평원 위에 나를 묻어 주오 그 무덤에 누워 끝없이 펼쳐진 선조의 고향과 강 기슭 험한 벼랑 바라보며 바이칼의 거친 파도 소리 듣고 싶네 악의 무리 검은 피 중원의 들에서 대호수의 파도에 실려 하늘로 떠나면 벌판을 지나 산언덕을 지나 하늘나라로 올라 신께 감사드리겠네 내 비록 신을 알지 못하나 이 몸을 땅에 묻거든 그대들이여 떨치고 일어나 예속의 사슬을 끊어 버려라 거악의 피로써 우리의 자유를 굳게 지키라 그리고 위대한 가정 자유의 새 나라에서 잊지 말고 기억해다오 부드럽고 다정한 말로 날 가끔 기억해주오. 좌우의 기득권 이익 추구를 타파하고 통일한국만이 앞으로 살 길 한국 지도자 제 일의 사명이라 요즘 우크라이나사태를 보며 우크라이나 민족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