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수필 (1257) 썸네일형 리스트형 정희성 -4월에 보이지않는 것은 죽음만이 아니다...이 땅의 정처없는 넋이 다만 풀 가운데 누워 풀로서 자라게 한다 봄이 와도 우리가 이룬 것은 없고 죽은 자가 또다시 무엇을 이루겠느냐 봄이 오면 속절없이 찾는 자 하나를 젖은 눈물에 다시 젖게 하려느냐 4월이여 지금 내가 사랑하는 당신/김정한 나, 사랑을 다해 사랑하며 살다가 내가 눈 감을 때 가슴에 담아가고 싶은 사람은 지금 내가 사랑하는 당신입니다. 시간이 흘러 당신 이름이 낡아지고 빛이 바랜다 하여도 사랑하는 내 맘은 언제나 늘 푸르게 은은한 향내 풍기며 꽃처럼 피어날 것입니다. 시간의 흐름에 당신 이마에 주름이 지고 머리에는 살포시 흰 눈이 내린다 해도 먼 훗날 굽이굽이 세월이 흘러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몸 하나로 내게 온다 하여도 나는 당신을 사랑할 것입니다. 사랑은 사람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 마음을, 그 사람 영혼을 사랑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주름지고 나이를 먹는다 해서 사랑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만일, 나 다시 태어난다 해도 지금의 당신을 사랑할 것입니다. 세월의 흐름 속에서도.. 오철환 -낙화 온세상에 낙화가 하얗게 휘날린다 쌓여서 어쩌자는 건가 무정한 봄이 물오르기도전에 떠나간다...소문없이 왔다가 가는 것이 봄이런가?. ..꽃들이 일제히 떠나는 게 추억속의 영화 같다 여린 꽃잎 떨어져 흐르는 게 어린 심청 마음만 같아 소식없이 떠나는 봄이 아리다 작교선/진소유 진소유(秦少遊)-'작교선(鵲橋仙) 섬세한 구름이 재주를 부리고 하늘을 나는 많은 한을 전하려 은하수 저쪽 멀리서 몰래 건너네. 금풍옥로(金風玉露)가 서로 만나게 됨은 인간 세상의 무수한 만남보다도 더 나을지어다. 부드러운 정은 물과 같고 만남은 꿈과 같구나! 서로의 정이 영원하다면 어찌 아침 저녁으로 만나는 것과 비교할 수 있으리오. 서로 헤어진 후 서로의 소식을 몰라라. 허무함뿐이란 인생임을 일찌기 알았거니와 다만 이 세상에 지기를 가지고 있어 이제서야 하늘가가 가깝다는 것을 알게 되었구나. 온갖 생사의 갈림길을 지나고 나니 이슬을 맞고 나서 한기를 느낀 것과 같도다. 겨울바람에 무수한 꽃잎이 떨어졌으나 아직도 그윽한 향기 숲에서 풍기더라. 벚꽃잎을 뿌려 보낸 러브레터/한려수 내 사랑 그대 난 그대에게 보낼 편지를 밤새 썼다 지우기를 반복하며 겨우 썼네요 잠깐 졸다 아침에 일어나 연서를 제비에 물어 보낼까 비둘기의 전통에 실어 보낼까 하다 벚꽃잎에 실어 한강에 띄워 보내기로 했네요 그대가 사는 언덕에 벚꽃이 필 때 우연히 내 편지를 받는다면 내가 그댈 너무나 사랑한다고 여겨주었으면 하네요 내 사랑 그대 난 너무나 당신을 사랑하기에 연서를 한강 벚꽃잎에 실어 당신에게 보내나니 혹여 내 연서를 그대가 받는다면 답장은 파란 하늘에 둥둥 떠다니는 하얀 구름에 실어 보내주기를 부탁해요 난 산 정상에 누워 그대 편지를 기다리며 그대를 그리워하다 우연히 하얀 구름에 실려 온 그대 편지를 받는다면 아마 너무나 기뻐 감격에 겨워 눈물이 날지 모르니까요 이수익 -봄밤 봄밤 꽃나무 아래서는 술이 붉다 꽃향기 자욱한 술잔이 붉다 따라주는 이 없이 홀로 잔을 채워도 외롭지 않다, 절로 흥이 넘치는 밤 이기철 -벚꽃 그늘에 앉아보렴 벚꽃그늘 아래 잠시 생애를 벗어놓아보렴 입던 옷 신던 신발 벗어놓고 누구의 아비 누구의 남편도 벗어놓고...직업도 이름도 벗어놓고 본적도 주소도 벗어놓고...벚꽃 그늘 아래 한 며칠...그리움도 서러움도 벗어놓고 사랑도 미움도 벗어놓고...그대, 흐린 삶이 노래처럼 즐거워지길 원하거든 이미 벚꽃 스친 바람이 노래가 된 벚꽃그늘로 오렴 복효근 -목련 후기 “목련꽃 지는 모습 지저분하다고 말하지 말라 순백의 눈도 녹으면 질척거리는 것을 지는 모습까지 아름답기를 바라는가 그대를 향한 사랑의 끝이 피는 꽃처럼 아름답기를 바라는가 지는 동백처럼 일순간에 져버리는 순교를 바라는가 아무래도 그렇게는 돌아서지 못하겠다 구름에 달처럼은 가지 말라 청춘이여 돌아보라 사람아 없었으면 더욱 좋았을 기억의 비늘들이 타다 남은 편지처럼 날린대서 미친 사랑의 증거가 저리 남았대서 두려운가 사랑했으므로 사랑해버렸으므로 그대를 향해 뿜었던 분수 같은 열정이 피딱지처럼 엉켜서 상처로 기억되는 그런 사랑일지라도 낫지 않고 싶어라 이대로 한 열흘만이라도 더 앓고 싶어라 이전 1 ··· 16 17 18 19 20 21 22 ··· 15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