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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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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 -입춘 일기 겨울이 조용히 떠나면서 나에게 인사합니다/ 안녕! 다음에 또 만날 수 있기를' 봄이 살그머니 다가와 나에게 인사합니다 '안녕? 또 만나서 반가워요' 딱딱한 생각을 녹일 때 고운 말씨가 필요할 때 나를 이용해보세요 어서 오세요 봄! 나는 와락 봄을 껴안고 나비가 되는 꿈을 꿉니다
이재무 -겨울나무 이파리 무성할 때는 서로가 잘 뵈지않더니 하늘조차 스스로 가려 발밑 어둡더니 서리 내려 잎 지고 바람 매 맞으며 숭숭 구멍 뚫린 한 세월 줄기와 가지로만 견뎌보자니 보이는구나, 저만큼 멀어진 친구 이만큼 가까워진 이웃 외로워서 더욱 단단한 겨울나무
문정희 -한계령을 위한 연가 한겨울 못잊을 사람하고 한계령쯤을 넘다가 뜻밖의 폭설을 만나고싶다...못이긴 척 기꺼이 묶였으면. 오오, 눈부신 고립 사방이 온통 흰 것뿐인 동화의 나라에 발이 아니라 운명이 묶였으면....아름다운 한계령에 기꺼이 묶여 난생 처음 짧은 축복에 몸 둘 바를 모르리.
상미일 월29일 오늘은 첫양날(상미일) 첫양날에는 크게 칼질하지않음 1월29일=1634(조선 인조12)년 오늘 명재상 이원익 세상떠남, 김포 출신, 임진왜란때 평안도순찰사로 왕의 피란길 인도, 이듬해 평양탈환에 공을 세워 평안도관찰사 됨 1608년 영의정때 대동법 실시, 불합리한 세금제도 고침 1915년 ..
우미자 -겨울 강가에서 이제는 마음 비우는 일 하나로 살아간다 강물은 흐를수록 깊어지고 돌은 깎일수록 고와진다 청천의 유월 고란사 뒷그늘의 푸르던 사랑 홀로 남은 나룻배위에 앉아있는데 높고낮은 가락을 고르며 뜨거운 노래로 흘러가는 강물 거스르지않고 순하게 흘러 바다에 닿는다 강안을 돌아가 모..
김남조 -연하장 설날 첫 햇살에 펴보세요 잊음으로 흐르는 망각의 강물에서 옥돌 하나 情 하나 골똘히 길어내는 이런 마음씨로 봐주세요 연하장, 먹으로 써도 채색으로 무늬놓는 편지 온갖 화해와 함께 늙는 회포에 손을 쪼이는 편지 제일 사랑하는 한 사람에겐 글씨는 없이 목례만 드린다
신경림 -세밑 흔들리는 버스속에서...비탈길을 터벅거리며...자리에 누워 뒤돌아본다, 만나는 일의 설레임을 알고 마주보는 일의 뜨거움을 알고 헤어지는 일의 아픔을 처음 안 한 해를, 꿈속에서 다시 뒤돌아본다, 삶의 뜻으로 또 새로 본 이 한 해를.
서산대사(1604년1월23일 입적) 10년을 사람되는 공부 하였으니 쌓인 번뇌 얼음처럼 녹았으리 대장경 보기를 다하고 향 사르며 다시 주역을 읽네 나를 잊고 또 세상을 잊으니 退然한 소식은 오직 이뿐이라 밤 깊고 바람마저 고요한데 소나무숲 달그림자 사람을 희롱하니 옛 벗은 구름이요 밝은 달은 나의 한 생애일레 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