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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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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동 -3월의 꿈 3월달이라면 해도 30리쯤 길어져서 게으른 여우가 허전한 시장기 느낄 때다...아직 찬바람에 코끝이 시린데...느릅나무 검은 가지 사이로 멀리 바라보이는 개울가 버들꽃 늘어진 눈물겨움, 마른 풀 사르는 냄새 나는...햇빛이 희고 정다우니 진달래도 피지않은 고향산천에 바람에 날리는 ..
다시 사랑을 위하여/김시탁 다 젖고 나면 더 젖을 게 없어 그때부터 열이 난다는 걸 젖어본 사람은 안다 덜 젖으려고 발버둥칠수록 이미 젖은 것들이 채 젖지 못한 것들을 껴안고 뒹굴어 결국 다 젖고 만다는 걸 아는 사람은 안다 비오는 날은 비를 맞고 바람 부는 날은 바람을 맞듯이 받아들이며 껴안으며 사는 삶이..
이성부 -봄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먼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도종환 -돈오의 꽃 깨달음을 얻은뒤에도 비 오고 바람 분다 연꽃 들고 미소짓지 말아라 연꽃 든 손 너머 허공을 보지못하면 아직 무명이다 버리고 죽어서 허공 된뒤에 큰 허공과 만나야 비로소 우주이다 백번 천번 다시 죽어라 깨달음을 얻은뒤에도 매일 별똥이 지고 어둠 몰려올 것이다
나는 행복을 느낍니다 / 원의 시-나현수 우리는 다른 세계에 살고 있습니다. 우리의 언어는 같은 형태를 띠지만 서로 다른 언어로 소통한다는 걸 혹시 알아채지 못하셨나요. 경험의 흙이 쌓여 땅이 되고 담금질된 감정이 바다를 이루는 자신이 정의한 상징으로 가득한 특별한 세상들이 마주합니다. ​ 행동에 가치를 부여하고 ..
나이팅게일에게 바치는 송가/존 키에츠 어둠속에서 나는 듣노라, 아주 여러 번 포근한 죽음에 절반쯤 빠져 있었느니, 아름다운 가락으로 그의 이름을 부드럽게 부르네, 내 고요한 숨결을 공기중에 흩뿌려달라고 지금은 죽기에 딱 알맞은 시간 아, 고통도 없는 이 한밤중의 숨 멎음
곽효환 -얼음새꽃 아직 잔설 그득한 겨울골짜기...꽁꽁 얼었던 샛강도 누군가 그리워 바닥부터 조금씩 물길을 열어 흐르고 눈과 얼음의 틈새를 뚫고 가장 먼저 밀어올리는 생명의 경이...마침내 노오란 꽃망울 머금어 터뜨리는 겨울 샛강, 절벽, 골짜기 바위틈의 들꽃, 들꽃들 저만치서 홀로 환하게 빛나는 ..
김형영 -부처 옛날 사람들은 산의 바위마다 부처를 새겼다지만 나는 내 마음속에 부처를 새기겠노라. 이 세상에서 제일 작은 너무 작아서 알아볼 수조차 없는 부처를. 10년이고 20년이고 나는 부처를 새기겠노라 마음속 깊이깊이 마음속에도 후미진 곳이 있다면 그곳에 설령 내가 새긴 부처가 나를 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