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수필 (1257) 썸네일형 리스트형 이정하 -겨울나무 그대가 어느 모습 어느 이름으로 내 곁을 스쳐 지나갔어도 그대의 여운은 아직도 내 가슴에 여울 되어 어지럽다 따라나서지 않은 것이 꼭 내 얼어붙은 발 때문만은 아니었으리 붙잡기로 하면 붙잡지 못할 것도 아니었으나 안으로 그리움 삭일 때도 있어야 하는 것을 그대 향한 마음이 식.. 장석주 -12월 해진 뒤 너른 벌판, 하늘엔 기러기 몇 점. 처마 밑 알록달록한 거미에게 먼 지방에 간 사람의 안부를 묻다 김춘수-처서 지나고 저녁에 가랑비가 내린다. 태산목 커다란 나뭇잎이 젖는다. 멀리 갔다가 혼자서 돌아오는 메아리처럼 한 번 멎었다가 가랑비는 한밤에 또 내린다. 태산목 커다란 나뭇잎이 새로 한 번 젖는다. 새벽녘에 할 수 없이 귀뚜라미 무릎도 젖는다. 도종환-‘십일월의 나무 십일월도 하순 해지고 날 점점 어두워질 때비탈에 선 나무들은 스산하다 그러나 잃을 것 다 잃고 버릴 것 다 버린 나무들이...가장 아름다운 건 이 무렵이다... 사방팔방 수묵화 아닌 곳 없는 건 이때다 알몸으로 맞서는 처절한 날들의 시작이 서늘하고 탁 트인 그림이 되는 건 김수영(1921년11월27일생) -1954년 내가 으스러지게 설움에 몸을 태우는 것은 내가 바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그 으스러진 설움의 풍경마저 싫어진다. 나는 너무나 자주 설움과 입을 맞추었기 때문에 가을바람에 늙어가는 거미처럼 몸이 까맣게 타버렸다. 정일근 -사랑할 때 사랑하라 사랑할 때 사랑하라...사랑은 용서보다 거룩한 용서 기도보다 절실한 기도 아무것도 가질 수 없고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아도 사랑이 있다면 사랑하라 사랑할 때 사랑하라 김남조 -가을 ...가을은 다시 오고...저물도록 낙엽은 지고 우수수 낙엽을 몰고온 가을비 뿌리느니 못견디는 못견디는 바람속에 서서...모가지 가는 코스모스 꽃줄기도 춥다...종잡을 수 없는 마음 하나 가시 돋친 밤송인양 하다 가을은 괴롭다 안준철 -어느 평범한 하루라도 어느 평범한 하루라도 이런 설렘으로 시작할 수 있다면! 이런 기다림으로 간절해질 수 있다면!…구름은 끝내 해를 내놓지 않았지만 내 마음 허전하지 않았네. 이미 내 가슴에 떠오른 뜨거운 불덩이가 있었으니. 이전 1 ··· 31 32 33 34 35 36 37 ··· 15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