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수필

(1257)
오세영 -단풍 숲속을 가며 ...화들짝 붉히는 낯익은 얼굴...노오랗게 흘기는 그 고운 눈빛 가을산 어스름 숲속...붉게 물든 단풍속을 호올로 간다...찬 서리 내려 산은 불현듯 침묵을 걷고 화려하게 천자만홍 터뜨리는데...어느덧 하얗게 센 반백의 귀머거리 아직도 봄 꿈꾸는 반백의 철딱서니
김용락 -가을산 문득 쳐다본 가을산이 저물고 있다 상처입은 단풍잎 몇 몸에 매단채 어둠속으로 가라앉고 있다...앙상한 뼈가슴을 드러낸채 산이 오늘 어둠속에 묻혀도 내일이면 한낮의 단풍보다 더 아름다운 별이 산위에 뜬다
김현승 -무등차 가을은 술보다 차끓이기 좋은 시절...갈가마귀 울음에 산들 여위어가고 씀바귀 마른 잎에 바람이 지나는, 남쪽 십일월의 긴 긴 밤을, 차끓이며 끓이며 외로움도 향기인양 마음에 젖는다
나종영 -물소리 솔바람소리 저 시린 가을물소리...산아래 백리까지 끝까지 일거에 화안히 트는 가을물소리 바람도, 바람도 드맑게 울려나서는 계곡에 들국 마구 터뜨릴 때 가을물소리 내 어느날 지친 꿈 세상에 던져주고 저기 저만큼 억새꽃 하나로 흔들릴 때 내 어디 높고 깊은 곳에서도 가을물소리 물소리보단 서..
고엽-방탄소년단 저기 저 위태로워 보이는 낙엽은 우리를 보는 것 같아서 손이 닿으면 단숨에라도 바스러질 것만 같아서 그저 바라만봤지 가을의 바람과 같이...오늘따라 훨씬 더 조용한밤 가지위에 달린 낙엽 한장 부서지네 끝이란게 보여, 말라가는 고엽 초연해진 마음속의 고요 제발 떨어지지 말아주..
김명인 -가을산 마침내 이루지못한 꿈은 무엇인가 불붙는 가을산 저무는 나무등걸에 기대서면 내사람아, 때로는 사슬이 되던 젊은 날의 사랑도 눈물에 스척이는 몇장 채색의 낙엽들 더불어 살아갈 것 이제 하나둘씩 사라진뒤에 여름날의 배반은 새삼 가슴아플까 저토록 많은 그리움으로 쫓기듯 비워지..
도종환 -단풍 드는 날 버려야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방하착(放下着) 제가 키워온 그러나 이제는 무거워진 제 몸 하나씩 내려놓으면서 가장 황홀한 빛깔로 우리도 우..
김용택 -10월 부드럽고 달콤했던 입맞춤의 감촉은 잊었지만 그 설렘이 때로 저의 가슴을 요동치게 합니다. 보고 싶습니다. 그 가을이 가고 있습니다. 10월이었지요. 행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