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수필 (1257) 썸네일형 리스트형 조팝꽃 편지/성은주 른 꽃대궁으로 대륙 구석구석 태양 닿는 곳마다, 조팝꽃을 벗으로 키우며 작은 꽃잎 하나와 살결 나눈 당신에게 조팝나무 이파리 사이로 안녕, 이라는 시간이 비워질 때 실핏줄 같은 뿌리로 안녕, 했지 그때 우리가 새겨진 구름도 움직이지 않았다네 모두 그늘로 들어가 깊이 누웠지 꿈으로 난 자주 하늘을 보았어 흐린 터키색이 매일매일 사라질 때마다 별사탕을 처방해주었거든 내가 처음 세상을 만난 건 배꼽을 통해서였다는데 왜 우린 서럽장 구석에서 책을 읽다가 이별했을까 쓰러지는 담벼락을 껴안고 기다림을 내려놓았는데 당신은 뭉클뭉클 벽면을 흝으며 하얗게 흔들리고 있었어 마른 침 삼키며 까슬한 가지로 써 내린 문장들 이제 그만 찾으라고, 아프지 말라고, 더흐드러지게 써내려갔다네 그 많은 문자가 작아질수록 미치게 피상적이.. 조팝꽃이 필 때면/한규정 조팝꽃이 필 때면 하얀 입쌀밥 먹는것이 소원이라던 끝님이는 지금 어디에 살고 있을까 제실 옆 늙은 소나무 송홧가루 날리는 늦은 봄이면 산지기 집 순덕이 엄마 얼굴은 누렇게 익어가는 호박색이 되고 마른 꼬챙이되어 흙에 묻힌 남편 기일에 메밥 한 그릇 올릴 쌀 한 주먹이 없는데 비탈진 다락 밭에 심은 보리 하루 종일 종다리 불러들여 해작질만 하고 이삭 밸 기미는 없었다 서울로 식모살이 간 귀동이가 보낸 소액환 숫자를 몰라 우체부 오기만 기다리는 날 쑥개떡을 먹던 끝님이 밤톨 두 개가 솟은 줄 모루고 가슴에 손을 얹고 상을 찡그렸다 돌배 크기가 되면 읍네 양조장 집에 가서 조팝꽃 같은 흰 쌀밥 실컷 먹을 수 있다 했는데 어스름 밀리는 실개천을 따라 조팝꽃은 뭉게뭉게 흰 구름이 되었다 조팝꽃 얼마나 그 얼마나 그리우면 새하얀 눈물 꽃으로 피어나는지 아시나요 미운 정 고운 정 좁쌀 같은 사연사연들 알알이 피워내 봄바람에 나부끼는 안타까움 나 좀 보아주어요 혹여라도 그 누가 쇤네 소식을 묻거든 임 못 잊어 못 잊어서 다정스레 임과 노닐던 봄 햇살 위에 임께로 드리운 마음 곱디곱게 펼쳐 하얗게 하얗게 피어난다더라 귀뜸 주어요. 4월에 그대에게 보내는 사랑편지/정용철 축복 받고 있다고 여기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축복합니다. 사랑을 많이 받아 행복한 사람이 다른 이를 사랑합니다. 미움 받고 있다고 생각되면 남을 미워합니다. 자신에 대해 불평하는 사람은 남을 잘 비난합니다. 오늘 해야 할 일은, 사랑 받고 있음에 감사하고 누군가에게 "사랑합니다"라고 말하며 그 사랑을 전하는 것입니다. 이 사랑의 축복은 누군가에게 설명할 수 없는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사랑합니다" 이 한마디를 가슴에 품고 살면 인생은 언제나 봄날입니다. 아카시아꽃/서창원 하늘을 따라 가던 숲속 끝에서 산길이 없어지고 하늘과 땅에 푸른 막을 친 5월의 언덕에 솜꽃처럼 피어난 아카시아 꽃 현혹의 분내 아카시아향 내 산길을 일러주고 그 길 따라가며 나는 꽃을 따고 꽃속에 촉촉히 배여있는 당신 그리움도 따고 산길에 눈빛 처럼 아카시아 꽃 피면 당신이 더 그립다 밀어내도 주렁주렁 피어나는 아카시아 꽃처럼 당신이 더 그립다 바람에 묻어나는 아카시아꽃 향기 버들잎 풀어진 작은 호수 방화수류정에 가득 잠겼네 홍화문 개울 속에 머리풀어 넣은 능수버들 꽃창포로 머리 감고 화성문 솔길 지나 성넘어 푸른 동산 파란 잔디 위에 화살에 찔려 과녁에 박혀 있듯 너울대는 흰구름을 먹고 아카시아 꽃이 피었네 그길 따라 쌍긋한 분내 당신 꽃댕기 아카시아 꽃 그립도록 피어있네 아까시꽃 임 그림자 가슴 짙게 드리우면 사무쳐오는 임 그리움은 오월의 산야에 포말로 부서져 뽀얀 물보라를 피우누나 임께 다소곳이 전하고픈 사랑 고백은 꽃망울을 송이송이 터트려 향기로 다가가누나 햇살에 물결치는 순백의 마음 바람결에 묻어나는 사랑 이야기는 향기롭고 곱구나. 청보리 스치는 소리가 들려올 때/안소연 사월이 찾아오면 봄바람과 함께 청보리 스치는 소리가 들려오고 우리가 사랑했던 그때가 그리워진다 청보리가 익어가기 전에 사월이 지나가기 전에 스쳐가도 좋으니 다시 너를 한 번만 보고 싶다 봄이 익어가는 소리에 네가 그립고 그립다 시간에 그리운 널 보내듯이 나의 사월을 너에게 보낸다 청보리 오월을 깊숙이 들이킨 새파란 비췻빛 물결 출렁출렁 엎치락뒤치락 이면 옹이 진 마디마디에 남몰래 숨겨놓은 옛사랑의 그리움 내솟아 꽃숭어리 져 터트리는 눈물 봇물 터지듯 밀려드는 싱싱한 물결의 미묘한 파문 넘실넘실 춤을 추어대면 가슴 언저리에 정각해 둔 일엽편주에 닻을 올려 쪽빛 푸른 물목 굽이 굽이쳐 아득히 먼 꿈길을 떠난다 이전 1 ··· 10 11 12 13 14 15 16 ··· 15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