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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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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재 -유월- 副詞性8 개구리 소리 자욱해지고...모낸 논 위로 교회당 종소리들...굴렁쇠 굴리며 달려나간 아이는 언덕길 위로 떠오르지않고 아직 느슨한 어둠이 굴뚝으로 밥짓는 연기를 빨아마신다 귀에 들어간 물을 빼려 돌을 갖다댈 때의 따스함처럼 불이 들어오는 풍경
김용택 -6월 하루 종일 당신 생각으로 6월의 나뭇잎에 바람이 불고 하루해가 갑니다. 불쑥불쑥 솟아나는 그대 보고 싶은 마음을 주저앉힐 수가 없습니다. 창가에 턱을 괴고 오래오래 어딘가를 보고 있곤 합니다. 느닷없이 그런 나를 발견하고는 그것이 당신 생각이었음을 압니다. 하루 종일 당신 생각..
김용수 -초여름 고운 님 얼굴 닮은 마음으로 가만가만 불어오는 명주바람 앞세우고 싱그러운 연초록 잎사귀 사이로 은빛 햇살 쏟아져 아늑거리는 신록의 꿈을 안고 여름 너 벌써 왔구나!
피천득 -5월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살 청신한 얼굴이다 하얀 손가락에 끼고 있는 비취가락지다 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 오월은 모란의 달이다 그러나 오월은 무엇보다도 신록의 달이다 전나무의 바늘잎도 연한 살결같이 보드랍다
김수영 -풀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심보선 -갈색가방이라는 역 작업에 몰두하던 소년은 스크린도어 위의 시를 읽을 시간도 달려오던 열차를 피할 시간도 없었네 갈색가방속의 컵라면과 나무젓가락과 스텐수저 나는 절대 이렇게 말할 수 없으리 ‘아니, 고작 그게 전부야? (2016년 오늘 서울 지하철 성수역 스크린도어 수리중 김 모 씨(19세) 전동차와 안..
김상현 -오월 나와봐 어서 나와봐 찔레꽃에 볼 비벼대는 햇살 좀 봐 햇볕속에는 맑은 목청으로 노래하려고 멧새들도 부리를 씻어 들어 봐 청보리밭에서 노는 어린 바람소리 한번 들어봐 우리를 부르는 것만 같애 자꾸만 부르는 것만 같애
오철환 -낙화 온 세상에 낙화가 하얗게 휘날린다 쌓여서 어쩌자는 건가 무정한 봄이 물오르기도전에 떠나간다...소문없이 왔다가 가는 것이 봄이런가?...꽃들이 일제히 떠나는 게 추억속의 영화 같다// 여린 꽃잎 떨어져 흐르는 게 어린 심청 마음만 같아 소식없이 떠나는 봄이 아리다